22/10/2015
오늘 "한국사 국정교과서 반대성명 공개 낭독회"에 오신 분들 그리고 취재오신 기자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일치된 목소리가 반드시 국정화 사태를 수습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방송은 오늘 오후 8시 mbc 뉴스에서 방영될 예정입니다.
그리고 학생회 성명서/ 12학번 김수빈, 10학번 정재익 학우의 성명서도 같이 올립니다. 반드시 국정화 막아 봅시다.
#목포대 #사학과 #학생회 #국정화반대 #성명문
오늘 우리는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들로서, 역사의 한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의 국민들로서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 결정을 단호히 반대하며 즉각적인 철회를 요구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이 조항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조치이며 다원적 가치와 비판적 사고력을 제한하고 어떠한 실익도 없이 역사교육의 의미를 퇴색시킬 뿐이다. 역사 교과서 서술은 정권의 통제가 아닌, 집필진의 학문적 양심과 자율성에 따라야 한다.
현행제도에서는 교육과정과 집필기준의 틀을 정해 역사를 서술하고 이를 국가에서 검정한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안은 좌편향 교과서 논란에서 시작했다. 소위 ‘좌편향’적 교과서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했기 때문에 검정을 통과했고 배포된 것이다. 국가가 검정한 교과서를 국가가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정화의 주요 논거 중 하나는 다수의 교과서가 사용됨에 따라 내용 통일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기존의 검정 제도만으로도 역사 교과서의 내용은 지나칠 정도로 경직되어있다. 또한 다수의 교과서에서 서로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등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국정화가 아니라 ‘교육과정’과 ‘집필기준’, 그리고 검정 과정을 장기적으로, 신중하게 수행함으로써 바로잡을 일이다.
1974년 유신독재 정권은 역사학자와 현장교사들의 반대를 묵살하고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도입했다. 이후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악용하여 유신과 제5공화국의 독재, 군사 쿠데타를 미화하고 정권의 정당성을 주장한 사례가 존재한다. 현행 교과서 검정 제도는 바로 그 국정 교과서 체제가 남긴 사례의 문제를 극복하고자 도입된 제도이다. 역사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역사를 배우는 이들이 지닌 지성에 대한 모독이다.
학문의 본질은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적인 시각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학문으로서 역사적 사실과 사료에 기반하여 그 시대를 해석하는 학문이다. 단순히 죽은 과거 사실의 나열이 아닌, 현재에도 살아 움직이고 미래를 비추어볼 수 있게 한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이념이나 정권에 따라 사실에 대한 기술과 해석이 달라진다면 이를 역사라 할 수 없다. 특정 집단에 의해 재단된 단 하나의 역사만을 후대에 전한다면 그는 이미 역사가가 아니라 정권에 종속된 노예이다. 역사 교과서 서술을 정부가 독점하는 정책은 오랜 고난과 희생을 통해 이룩한 오늘날 자유민주주의국가 대한민국에 맞지 않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선언한다.
하나. 정부는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 결정을 즉각, 전면 철회하라.
하나. 역사 교과서 집필의 독립성을 보장하라.
하나. 역사교육의 독립성을 보장하라.
2015년 10월 22일
국립 목포대학교 사학과 학생회
#12학번 #김수빈학우 #개인성명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를 기존의 검정체제에서 국정체제로 전환하겠다는 발표를 단행했다. 황우여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교과서와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의 발행체제 개선안’에 따르면 “역사 교과서의 검정제 도입 이후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와 이념적 편향성을 심어주는 내용이 많아 사회적 갈등을 초래했다. 이에 정부는 수정을 권고하는 등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했으나 일부 집필진이 소송을 남발해 혼란을 부추기는 등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하기 위한 교과서를 보급하는 데 한계가 있어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결정하게 됐다.”고 발표했다. 또한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로 국정 교과서를 명명했다. 같은 날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행 8종의 검정교과서 집필진의 60% 이상이 좌편향된 인사”라며 “좌편향 인사들이 집필한 교과서는 김일성 주체사상을 강조하고, 북한의 3대 세습을 북한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 남북분단의 원인을 이승만 정부에 있는 것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들의 논리와 주장은 오류와 허점으로 가득차있는 상태이다. 아래에서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이 현재 역사학 및 역사교육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반박하고자한다.
첫째, 출판사에서 집필한 교과서를 검정하고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정부부처가 교육부인데, 교육부가 검정한 교과서에서 중립을 유지하지 못한 좌편향적인 서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즉, 교육부의 검정 절차를 거친 교과서에 중립적 위치를 지키지 못하고 한 쪽으로 치우친 내용이 담겨 있다는 말이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나 이념적 편향성을 심어주는 내용이 교과서에 담겨 있었으면, 합격시키지 않았으면 될 일이다. 이는 검정과정에 있어서 업무상 과실이 있었음을 인정하는 꼴이 아닌가? 또한 이에 대한 해법으로 검정 과정에서의 문제점이 있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하는 게 아닌가?
둘째, 국정 교과서가 과연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정확히 바로잡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정 교과서를 ‘올바른 교과서’라고 명명한 이유는 무엇인가?
역사를 국정 교과서로 가르치겠다는 이들의 생각은 놀라울 정도로 역사에 대해 무지하고 대단히 강압적이다. 역사학에서 한 가지 사건 혹은 시대를 특정하여 연구할 때, 우리는 완벽한 정보를 획득할 수 없다. 외국의 경우지만 ‘사실을 기록하는 행위’에 대해 관심이 없던 때도 있었고, 기록물이 천재지변이나 누군가의 행위로 지금까지 전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역사에는 정답이 없다.’라는 말을 자주 하고는 한다.
역사학을 다룬 논문을 조금이라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특정 사건을 기록해놓은 사료일지라도 학자마다 해석하는 방법이 다른 경우가 매우 많다. 그 중 가장 설득력 있는 논리를 채택하여 정설(定說)이라고 부른다. 正이 아닌 定이다. ‘그 논리가 정답이야!’가 아닌 ‘그 말은 인정할 만 해.’인 것이다. 대체 누구의 판단 하에 정답인 역사를 쓰겠다는 지, 어떤 역사가 정답인지 무얼 보고 판단할 수 있다는 건지 당최 이해할 수가 없다.
역사를 배울 때 현재의 검정 교과서 체제는 매우 효율적인 제도이다. 교과서마다 기술하는 방식이 다르고, 담아놓은 메시지가 다르기 때문에 조금 더 설득력 있고 인정받는 교과서는 채택되어 학생들의 지식이 된다. 마치 역사학자들끼리 자신의 논리가 정설이 되기 위해 사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출판사들끼리 자신의 교과서가 채택되기 위해 교과서 내용에 집중하는 모습과 매치가 된다.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교과서는 더욱 내용을 수정 및 보완작업을 거쳐 채택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강제로 학생들이 읽게 하는 것은 마치 어린아이가 떼쓰는 듯이 대단히 유치한 방법이다.
셋째, 정부 혹은 새누리당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필요성을 이야기할 때, 학생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워야 한다는 말은 빼놓지 않았다. 올바른 역사가 무엇인가? 교육부가 그리도 감싸고 애지중지했으나, 2014년 전국 2300여개 고등학교 중 15개교 정도만 선택한 교학사의 교과서가 올바른 역사인가? 2017년에 출판될 국정교과서의 모습은 불 보듯 뻔하다. 친일 미화, 독재정권 옹호로 홍역을 치르던 교학사의 교과서와 크게 다를 것이라 보지 않는다. 이것이 정부가 생각하는 ‘올바른 역사’인 것이다.
그들은 현 교과서들이 현대사를 다루는 모습을 보고 ‘자학사관’이라 비판한다. 찬란하고 성공적이었던 한국의 현대사를 왜 부정적으로만 보아야 하는지를 모르겠다고 한다. 역사의 평가는 언제나 긍정과 부정이 함께 수반될 수밖에 없다. 또한 사건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을 기준으로 긍정과 부정 어느 쪽에 무게를 두어야 하는지를 평가한다. 우리는 교과서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를 통해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었으나, 한국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두 가지 측면을 배운다. 이 또한 역사를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봐야한다는 역사학의 목표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그런데 부정적인 관점을 ‘자학사관’이라는 이름으로 명명하고,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매도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논리에 ‘자학사관’을 바로잡아야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있기에 반대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넷째, 우리가 북한의 정치체제와 주체사상에 대해 왜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를 모르겠다는 주장이 있다. 그럼 반대로 왜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면 안 되는가를 물어보고 싶다. 그 말 그대로라면 우리는 세계사를 배우든, 동아시아사를 배우든 북한에 대해 배우면 안 된다. 국정화 지지자들의 말마따나 주체사상을 배우면 좌익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이다. 현행 교과서에 실린 주체사상은 북한을 찬양하고 동의를 이끌어내 궁극적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가내란을 도모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실린 것이 절대 아니다. 북한의 정치체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 주체사상이 김일성 독재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사상적 수단으로 이용되었음이 함께 표기되어 있고 학생들은 그렇게 배워왔다. 그 누구도 그들의 사상을 보며 북한을 동경하거나 북한으로 건너가고 싶은 생각은 안들 것이다. 나는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들이 왜 이런 주장을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위와 같은 이유로 나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며, 여론을 수렴치 아니하고 강제로 밀어붙이는 정부의 작태를 규탄하고자 한다. 한국사 국정 교과서를 발행하려는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는 정당성을 획득하지도 못한 집권여당의 온상과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통수권자가 마치 공산국가 지도자처럼 보이는 모습을 목도하고 있다. 그들은 교육과정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학생, 교사, 역사학자들의 의견을 듣지도 않은 채,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발표하고 좌우논리로 반대세력들을 규탄하였으며 여론의 거센 반대를 피하기 위해 국회 예비비를 빼돌려 교과서 발행 예산안으로 편성하기까지 했다.
후대 역사학자들은 작금의 상황을 도저히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없는 모습이라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다. 그러나 국정교과서 찬성론자들의 논리를 묵과한다면 후대 역사의 심판도 그들의 입맛에 따라 묻혀버릴 수 있다. 마치 현대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자학사관으로 규정해 비난하고 교과서에서 제외하려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하는 것처럼 말이다.
2015년 10월 22일
12학번 김수빈
#10학번 #정재익 #개인성명
역사는 하나의 사건을 가지고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이 때문에 역사를 정리한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게다가 정리한 역사를 가지고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하여 재구성하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임이 분명하다. 특정한 누군가 또는 특정한 사건에 대한 단편 해석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특정한 인물 또는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역사해석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들어 한국사교과서에 대한 국정화를 선언하였다. 반대의 목소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론통일과 좌경화된 역사학계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나온 결론이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가 가져오는 효과로 정부가 제시한 ‘국론통일’은 정말 그럴듯한 말이다. 역사적 인물·사건에 대한 여러 견해를 하나로 정리할 수만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이 어디 있겠는가? 불가능하니까 헛소리라는 것이다. ‘국론통일’은 정부에 대해 감히 반기를 들 수 없는 공포정치나 독재정치 하에서나 가능하다. 대한민국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이다. ‘국론통일’을 말하는 것은 분명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이다. 무엇보다 현 시국에서 ‘국론통일’을 내걸고 집필한 교과서는, 현 정부 또는 정부와 이해관계가 얽힌 이들, 다시 말해 ‘그들만의 역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는 것에 그 위험성이 뚜렷하다.
또한 정부는 지금까지 검정평가를 통과한 교과서에 북한의 사회주의 또는 주체사상에 대해서 명시된 것을 문제 삼아 한국사교과서가 ‘좌경화’되었다고 말했다. 이것만큼 자기들 얼굴에 침 뱉는 상황이 있을까? 그리고 헌법상 대한민국의 주적인 ‘북한 정부’에 대해서 배우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다고 하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교과서를 통해 주체사상을 배운 학생들 중에 월북한 학생이 몇이나 되는지 궁금하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서 ‘국론통일’의 명목으로 역사교과서를 국정화 하는 것은 민주주의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교과서에 북한정권 관련 내용이 들어가 있다고 해서 ‘좌경화’라고 하는 것은, 여지껏 집필된 많은 교과서를 통과시켜 준 정부 당국 자체가 교과서를 집필할 능력이 없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교과서가 발행이 된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그 순간에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자랑스러운 우리 역사가 그들만의 역사, 아니 가족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현 정부가 한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선언한 이래로, 많은 역사학자들이 한국사교과서 집필 거부 성명을 내걸거나 학생들은 거리로 나가 이 문제에 관한 자신들의 주장을 피력하고 있다. 나는 저들에게, 그리고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또한 미래의 자녀들에게 있어서 침묵하는 부끄러운 역사학도가 될 수 없기에 이 글을 통하여 말하려 한다.
나 정재익은, 역사학의 근간을 해치고 나아가 이 나라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하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적극 반대한다.
2015년 10월 22일
목포대학교 사학과
10학번 정재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