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4/2018
[인문과학분과장 퇴임사]
얼마든지 거절할 수 있었고,
얼마든지 피할 수도 있었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었고,
어느 누구 떠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거절하지 않았고,
피하지도 않았다.
떠미는 이 없었지만,
내 스스로 나서서 맞섰다.
돌이켜보니 1년이란 지난 시간이 한편으로는 참으로 길고도 짧았습니다. 일을 맡는 중에 순간순간이 길게 느껴진 적도 있었지만, 작년 3월에 제안을 받았던 때를 생각하면 그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게 빠르게 지나갔다는 느낌이 듭니다.
2017년 3월, 3학년 2학기로 재학 중이던 제게 분과장 제안이 들어왔습니다. 사실 이 때 처음으로 분과장 제안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죠. 복학 직후 철학마을 회장으로 활동하던 2학년 때 몇 차례 분과장 제안을 받았던 적이 있었지만, 당시에는 여러모로 신경 써서 챙겨할 일들이 많아 분과장을 맡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얘기하였습니다.
3학년 2학기 때 역시 여러모로 신경 쓸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마 그 이전보다 더 바빴던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학년도 학년이다 보니 학교를 다니면서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진로를 탐색하며 그것을 준비하느라 바쁘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분과장 선거가 코앞인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맡을 사람이 구해지지 않았다는 생각에 분과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분과를 신경 쓸 다음 사람이 없는 상황만큼은 절대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저는 다시 동아리 사회의 한복판에 뛰어들었습니다. 분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과 함께 오랫동안 동아리와 분과에 몸담았던 만큼 애정이 컸습니다. 제 대학생활에 있어 동아리란 대학생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고 여전히 상당 부분 차지하는,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매우 소중하고 값진 기억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동아리와 분과에 적지 않게 신세를 졌습니다. 그것에 보답하고자 졸업을 생각하고 사회에 나갈 것을 생각하면서도 분과장직을 피하지 않았고, 기어이 스스로 나섰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년 전, 작년 3월 말쯤 당선 직후, 저는 인문과학분과 구성원들의 성원에 힘입어 인문과학분과장에 당선이 되면서 1년간 맡은 직책 열심히 수행하겠다고, 분과장으로서 인문과학분과 동아리들의 유지와 발전에 힘쓰겠다고, 그리고 인문과학분과 동아리들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지난 1년간 단 한 순간도 이를 잊지 않고 이를 실천하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스스로를 돌이켜 봤을 때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실천하였다고 자부합니다.
지난 1년간 인문과학분과에는 적잖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인문과학분과가 띄는 색깔이 보다 다채로워졌습니다. 기존의 동아리들에 뉴런, 고란도란, 평화나비 3개의 동아리가 정식으로 새 식구가 되었습니다. 이외에도 정식으로 새 식구가 되려는 동아리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식구가 늘어난 데서 그치지 않고, 분과 동아리들이 힘을 합쳐 분과 차원의 기획 또한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지난 가을과 이번 봄 SILK 프로젝트를 통해 인문과학분과 동아리를 알리려는 새로운 시도들이 이루어져왔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분과 페이스북 페이지 또한 생겨나 분과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공동체에 대한 고민, 이를 생각하고 공동체 내의 많은 사람들과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동아리들이 겪는 어려움에 귀를 기울이고 같이 생각하고 동아리들에 도움을 주고자 하였습니다. 그리고 감사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이 고민을 나누고 같이 힘써주셨습니다. 저는 느꼈습니다. 공동체는 누구 하나가 만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다함께 만들어가는 사실을.
초반에는 다소 부담을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높은 지지를 받고 시작을 하였기에 이에 부응해야겠다는 부담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저를 도와주셔서, 같이 짐을 들어주셔서, 그리고 서로를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분과장을 하면서 분과 내의 모람분들도 많이 만났지만, 분과 외에서도 많은 사람들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다른 단위의 학생회에서 활동하는 여러 분들도 알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공통된 고민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생사회에 대한 고민. 갈수록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우 여러분들께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바쁜 와중에도 저를 찾아와주고, 저와 함께해준 친구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립니다. 3일 전, 35대 분과장 선거가 끝난 후, 반갑고 친근한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공부하느라 바쁘게 지내면서도, 본가에 갈 시간을 늦춰가면서도, 다음날 일정이 있었음에도, 저를 보기 위해 찾아와준 고마운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찾아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1년간 고생 많았다며 새로운 출발을 응원한다며 선물까지 주어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동아리연합회에서 같이 활동하며 동고동락했던 여러 친구들에게도 정말 고마웠습니다.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주고, 이해심 있고 책임감 있고 고민을 하는 친구들과 만나 지난 1년을 같이 활동하였다는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어제부로 임기가 끝이 났습니다. 막상 끝이 나니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이제는 인문과학분과의 한 구성원이자, 졸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 제 할 일에 집중하며 지내겠지요. 그렇지만 학생사회에 대한 관심을 끄지도 않을 것이며, 비록 임기는 끝났지만 지난 1년간 만났던 사람들과의 인연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서로를 보게 되면 이전처럼 반가운 얼굴로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친근한 모습으로 만나 뵙겠습니다.
지난 1년, 즐겁고 뜻 깊은 경험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2018. 4. 2
제 34대 동아리연합회 인문과학분과장
김 현 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