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5/2017
최근 육군이 '동성애자 군인들에 대한 조직적인 색출'작업에 나선 결과 군형법 제92조의6 위반 혐의로 A 대위가 구속된 사실이 보도되었습니다. 이에 공익인권법학회는 군형법 제92조의6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합니다. 다음은 대자보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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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는 처벌의 근거가 될 수 없다
- 군형법 제92조의6의 폐지를 촉구하며 -
최근 육군 당국이 함정수사를 포함한 기획수사를 통해 ‘동성애자에 대한 조직적인 색출’을 자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보도됐다. 동성애 행위를 ‘범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A 대위는 육군보통군사법원의 구속영장에 의해 현재 구속수감되었고 육군은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그 법적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군형법 제92조의6(개정 전 제92조의5)은 세 번이나 위헌여부가 다뤄졌으나, 최근의 결정에서도 헌법재판소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지킨다는 명목 하에 5:4의 근소한 차이로 군형법 제92조의6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법익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조항이 적절한 내용을 담고 있는지, 더 나아가 군형법 제92조의6 없이는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입법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군형법 제92조의6을 옹호하는 측은 해당 조항이 군대 내 동성 간 성폭력·성추행을 방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군형법의 다른 조항을 살펴보면, 이 조항 외에도 군대 내에서 벌어지는 성폭력과 성추행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제92조는 강간에 대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으며, 제92조의2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구강, 항문 등 신체에 성기를 넣는 등의 유사강간을 규정하여 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 제92조의3 또한 강제추행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제92조의6이 아니더라도 군 내 동성 간의 강제적 성행위를 처벌하는 법적 근거는 충분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군형법 제92조의6은 무엇을 처벌하기 위해 존재하는가? 해당 조문의 어디에도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거나 영내에서 이루어질 것을 요건으로 하는 내용은 찾을 수 없다. 본 조항이 특정하고 있는 것은 단지 ①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할 것, 그리고 ➁ 그 대상이 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 규정된 사람(군형법에 의해 정의된 “대한민국 군인”)일 것이다. 따라서 해당 조항의 실질적 목적은 영내·외를 가리지 않고 동성 군인 사이에 합의 하에 이루어진 성행위까지도 처벌하는 데에 있다.
혹자는 이에 대해, 현행법상 군에서는 이성 간의 합의된 성행위도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동성 간의 합의된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도 문제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군 내 이성 간의 성행위에 대하여는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군인사법 제56조 제2항이 적용되어 성행위가 이루어진 정황에 따라 행정적 제재가 가해질 뿐,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 자체를 직접 처벌하는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이성 군인 간의 합의된 성행위에 적용되는 제재는 강등, 영창, 근신 등 비행의 정도에 비례한 내부적 “징계”로 한정되지만, 동성 군인 간의 합의된 성행위는 군형법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에 해당하는 “형사처벌”만을 받게 되어 명백한 불평등이 존재한다. 따라서 설령 합의 하의 성행위가 군 기강을 해치는 것이 사실이어도, 현행 법체계에는 오직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만을 형사처벌 할 뿐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는 형사처벌하지 않는 차별이 존재한다.
가장 놀라운 점은 이러한 차별적 형벌에 대해 어떠한 합리적 근거도 제시된 적이 없다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세 차례의 결정을 통해 군형법 제92조의6의 처벌 대상인 ‘상호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가 어떻게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보호법익에 위해를 가하는지에 대해 설명한 바 없고,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실증적인 자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동성 간의 성행위를 “일반인에게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 비정상적인” 행위라 규정한 다수의견 속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 다수의 혐오만이 이 규정을 정당화하는 유일한 근거임을 추론할 수 있다.
이처럼 합리적 근거가 전무함에도 불구하고 현 법체계는 ‘동성애적 성적 지향을 가진 군인 간의 합의에 의한 성행위’를 이성 군인 간의 성행위와 달리 형사처벌하고 있다. 이는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로 볼 수밖에 없으며, 자의적인 기준에 의한 성적 자기결정권 및 평등권의 침해에 해당한다. 한편 A 대위의 사안에서 드러났듯이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를 형사 처벌하는 과정은 당사자의 성적지향을 그 의사와 무관하게 외부에 노출시켜, 필연적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침해로 이어지게 된다. 궁극적으로 군형법 제92조의6은 개인의 인격적 존엄의 핵심을 구성하는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이는 ‘군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 확립’이라는 추상적이고 모호한 공익보다 보호의 필요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본 조항은 위헌성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군형법 제92조의6이 책임과 형벌의 비례원칙과 과잉금지원칙에 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조항임을 확인하며, 본 조항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한다. 나아가 본 조항에 근거한 군 당국의 반인권적 표적 수사를 규탄하며, 군대 내 성적 소수자의 색출을 목표로 하는 모든 수사의 중단과 현 수사로 인해 구속된 군인의 지체 없는 석방을 촉구한다.
2017년 5월 3일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인권법학회